
2017년은 블록버스터와 프랜차이즈 영화가 주목받은 해였지만, 그 이면에는 관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 ‘숨은 명작’들이 존재했습니다. 상업적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스토리와 감정선, 연출의 섬세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재조명된 영화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7년 개봉작 중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보면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는 숨은 명작들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 사랑의 계절, 그 한순간의 찬란함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이탈리아의 한적한 여름을 배경으로, 17세 소년 엘리오와 24세 미국인 대학원생 올리버의 사랑을 다룹니다. 당시에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 작품의 본질은 첫사랑의 기억과 성장의 상실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미장센은 회화처럼 아름답고, 대사는 섬세하게 감정을 쌓아 올립니다. 특히 엔딩에서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2010년대 영화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엔딩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2017년 당시에는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상영되어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청춘의 감정과 기억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영화”로 재평가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여름이 찾아올 때마다 다시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시간과 계절, 감정이 맞물린 ‘한순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장 시적으로 표현한 영화로, 루카 구아다니노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2.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 사라짐과 기억의 철학

데이비드 로우리 감독의 《고스트 스토리》는 한 남자가 죽은 뒤, 시트를 뒤집어쓴 유령이 되어 자신이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유령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사랑, 상실, 시간, 존재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케이시 애플렉과 루니 마라의 최소한의 대사와 긴 정적은 이 영화의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루니 마라가 혼자 파이를 먹는 장면은 ‘상실의 물리적 표현’으로 해석되며,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느릿한 호흡과 반복되는 이미지, 미세한 시간의 흐름은 관객에게 ‘남겨진 사람의 시간’을 체험하게 합니다.
2017년 개봉 당시에는 “너무 느리다”,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영화로 재조명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죽음 이후의 이야기보다 ‘남겨진 삶의 무게’를 다루는 영화로서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3. 《레이디 버드》(Lady Bird) – 모녀 관계의 현실과 성장의 통찰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자전적 영화 《레이디 버드》는 10대 소녀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와 그녀의 어머니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성장과 독립을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는 모녀 관계의 복잡함을 유머와 감동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사춘기와 가족 간의 갈등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영화의 핵심은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말로 상처 주는 현실적인 감정입니다. 2017년 개봉 당시에는 소규모 상영으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진짜 성장 영화’로 재평가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그레타 거윅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세대 간의 이해에 대한 섬세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단지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이해하고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모녀 관계를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 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현실적인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4.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 분노와 용서의 경계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는 딸을 잃은 한 어머니가 경찰의 무능함에 분노해 도로 옆에 세 개의 광고판을 세우는 이야기입니다. 2017년 당시에는 강렬한 연기와 사회 비판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일부 관객에게는 무겁고 불편한 영화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 작품은 ‘분노 이후의 인간성’을 다룬 영화로 다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랜시스 맥도맨드와 샘 록웰의 감정 연기가 압도적이며, 복수의 이야기로 시작해 결국 용서와 이해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립니다. 대사와 연기, 상징적인 미장센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사회적 메시지 이상의 깊이를 지닌 인간 드라마입니다.
특히 엔딩의 조용한 여운은 폭력적이던 초반과 대조를 이루며,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정답 없는 선택’을 통해 진짜 감정의 회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지금 봐도 여전히 강렬합니다.
5. 《더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현실

숀 베이커 감독의 《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월드 인근의 저가 모텔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입니다. 빈곤과 현실의 잔혹함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시선을 통해서 사회의 그림자를 조용히 비춥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놀고 웃는 장면 속에 어른들의 절망을 교묘하게 병치시켜, ‘아이의 시선으로 본 사회적 리얼리즘’을 완성했습니다. 브루클린 프린스의 자연스러운 연기, 윌렘 대포의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는 영화의 진정성을 극대화합니다.
2017년 당시 흥행은 크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순수하고 잔인한 현실 영화”로 재조명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디즈니월드 장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아이의 시점에서 본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6. 《신고질라: 레소난스》(Shin Godzilla) – 시스템의 공포와 현대 사회의 은유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단순한 괴수물로 오해했지만, 2017년 재개봉 이후 《신고질라》는 재난 상황에서의 관료주의, 비효율, 집단 무기력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재조명되었습니다. ‘고질라’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시스템이 스스로를 마비시키는 과정에 대한 은유로 읽힙니다.
특히 서류와 회의, 명령 체계로 인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현실 사회의 풍경과 맞닿아 있으며, 엔딩의 고요한 긴장감은 묵직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영화적 완성도뿐 아니라 시대를 비추는 사회적 거울로서 지금 다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론: 시간이 흐른 뒤 빛나는 2017년의 숨은 걸작들
2017년은 화려한 블록버스터보다, 섬세한 감정과 인간 내면을 다룬 작품들이 진정한 명작으로 남은 해였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여름, 《고스트 스토리》의 침묵, 《레이디 버드》의 성장, 《쓰리 빌보드》의 분노, 《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순수함은 모두 시대가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감정의 기록입니다.
그 해의 숨은 영화들은 시간이 흘러 다시 봐야 그 가치가 드러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2017년의 조용한 걸작들은 지금 다시 보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계절이 바뀌듯, 감정의 온도가 변할 때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영화들—그것이 바로 진짜 명작의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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