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혼란스러울수록 빠져드는 영화

by story5695 2025. 4. 8.

숨은 명작 영화 사진

어떤 영화는 모든 것을 친절히 설명해주지만, 또 어떤 영화는 아무런 설명 없이 관객들을 혼돈 속으로 던져버립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빠져드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의미를 해석하려고 반복해서 보고,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구조를 머릿속에서 계속 재조합하게 만드는 작품들.

이번 글에서는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빠져드는 영화”를 소개합니다. 보는 순간보다, 보고 난 뒤가 더 길게 이어지는 영화들입니다.

1.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 2001) – 꿈인가? 기억인가? 현실인가?

데이빗 린치 감독의 대표작. 배우 지망생,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 오디션,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블루박스…

이야기는 도중부터 전혀 다른 얼굴을 하며 관객을 당황시킵니다. 선형적 플롯은 무너지고, 인물도 뒤섞이며, ‘해석’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다 보고 나서 리뷰 영상 찾아보게 되는 영화”. 한 번 빠지면 절대 못 나오는 작품입니다.

2.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2017) – 믿음은 구원이 될까, 파멸이 될까

환경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는 목사. 하지만 그는 점점 내면에서 무너져 가며, 어떤 극단적인 믿음으로 빠져듭니다.

정적인 화면과 침묵, 그리고 마지막 10분간 이어지는 ‘이게 진짜야? 상상이야? 환영이야?’ 싶은 장면들.

종교, 죄의식, 구원, 회의… 그 철학적 무게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묵직한 예술 스릴러.

3. 《업스트림 컬러》(Upstream Color, 2013) – 감정이 논리를 압도할 때

생체기억을 조작하는 기생생물, 낯선 남녀의 감정 공유, 돼지, 음악… 설명은 거의 없고, 편집은 파편적이며, 구조는 매우 실험적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감정이 서사보다 더욱 명확하게 이해되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해는 어려운데 공감은 되는 영화. 논리를 무너뜨리고 감각으로 들어오는 작품입니다.

4. 《에너미》(Enemy, 2013) – 나와 같은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고 있다

조용한 대학 교수가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남자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꿈, 거미, 상징, 불안… 모든 것이 모호한 이 영화는 현실과 환상이 완전히 뒤섞입니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등장하는 거대한 거미 한 마리. “이게 뭐지?”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마무리.

볼 때마다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대표적인 **“해석 덕후” 영화**입니다.

5.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 2018) – 현실 속 환상, 환상 속 현실

광고 감독이 과거에 찍었었던 졸업작품의 배우를 다시 만나면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

중세 기사, 영화 세트, 환상과 현실의 전복. 판타지와 풍자가 섞인 미친 여정은 관객들에게도 현실 인식을 흔들게 만듭니다.

“나도 지금 이 영화 안에 갇힌 것은 아닐까?”라는 감정이 드는 영화.

6. 《코헤어런스》(Coherence, 2013) – 선택의 갈림길, 무한히 반복되는 가능성

혜성이 스쳐간 밤, 평범한 저녁 식사 중에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 주인공은 문을 열 때마다 ‘다른 현실’의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마지막에는 무엇이 진짜였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 ‘혼란’이 관객들을 더욱 깊이 끌어당기는 영화. **저예산 명작의 진수**.

7. 《프라이머》(Primer, 2004) –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어렵고, 그래서 가장 끌린다

두 명의 엔지니어가 우연히 시간여행 장치를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스크립트는 과학 용어 투성이고, 사건은 시간 루프 속에서 복잡하게 뒤엉깁니다.

한 번 보면 절대 이해 못 하고, 두 번 봐도 어렵지만… 세 번 보면 중독되는 시간 SF 퍼즐.

이해보다 **구조를 해석하는 재미에 빠지게 되는 영화**입니다.

8. 《시네도키, 뉴욕》(Synecdoche, New York, 2008) – 삶은 연극이고, 나는 누구인가

연극 감독이 자신의 삶을 무대 위에 재현하기 시작하면서 끝없이 자신과 비슷한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결국 ‘진짜 나’는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죽음, 예술, 외로움, 무의식… 거대한 철학적 세계 속에 휘말리는 경험.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빠져들어야 하는 영화의 끝판왕.

결론: 혼란은 감정과 사고의 ‘문’이다

오늘 소개한 영화들은 모두 명확한 스토리보다 의미를 찾는 여정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작품들입니다.

당장은 이해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어떤 감정이나 장면이 떠오르며 그 의미가 찾아오기도 하죠.

혼란은 무조건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닙니다. 혼란스러울수록 우리는 더욱 깊이 몰입하고, 더욱 오래 기억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