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시대와 사회, 인간의 삶을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장르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다큐멘터리는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과 시선, 정서를 기반으로 발전해왔기에 비교해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다큐멘터리를 사회상, 제작방식, 정서적 접근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이 두 나라의 다큐멘터리는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관찰하는 방식과 말하는 언어,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감성에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1. 사회상 반영 – 직접성 vs 간접성
한국 다큐멘터리는 사회 문제를 보다 직설적이고 구조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강합니다. 빈곤, 청년 실업, 부동산, 교육, 정치 등의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때로는 제도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EBS 다큐프라임의 <가난의 대물림>, KBS <추적 60분> 등은 기자적 접근과 문제 해결 중심의 서사를 취합니다. 시청자가 공분하거나 문제 해결을 촉구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태도가 강합니다.
일본 다큐멘터리는 보다 간접적이고 개인 서사 중심입니다.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고발하기보다, 한 개인의 삶과 주변을 관찰함으로써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NHK의 <인간 다큐>, <다큐멘터리 72시간> 같은 프로그램은 극단적인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천착하며, 사회의 깊은 단면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앞 벤치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3일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지역 사회의 고립, 고령화 문제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사회를 ‘말하기’보다 ‘비추기’로 접근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제작 방식 – 구성적 다큐 vs 관찰형 다큐
한국 다큐멘터리는 편집과 구성에서 극적 리듬이 강한 편입니다. 오프닝, 기승전결 구성, 인터뷰와 내레이션 중심의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며, 메시지를 강조하는 자막, 음악, 구성 효과도 적극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는 TV 다큐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으며, ‘문제를 던지고 해답을 제시하는 다큐’의 구조에 가깝습니다. 다소 극화된 연출도 허용되며, 시청자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일본 다큐멘터리는 미니멀한 편집과 관찰 중심의 서사가 주를 이룹니다. 내레이션이 거의 없거나 최소화되며, 인물의 동선과 말, 공간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시청자가 스스로 해석하게 유도합니다.
장면 전환도 느리고, 사건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합니다. 예능적 요소나 과도한 편집을 지양하며, 시청자가 ‘생각하게 만드는 여백’을 남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로 인해서 감정적 개입이 적고, 대상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3. 정서적 접근 – 감정의 폭발 vs 감정의 응시
한국 다큐는 감정의 진폭이 큽니다. 고통받는 사람의 눈물, 격한 진술, 충격적인 장면 등을 통해서 공감과 분노, 연민을 직접 자극합니다. 특히 사회 고발 다큐에서는 시청자의 정의감을 일깨우는 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감정이 격정적으로 표현되며, 클라이맥스를 향해서 감정을 고조시키는 흐름이 많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감정 표현 방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 다큐는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다룹니다. 고통이나 슬픔도 조용히 담아내며, 시청자 스스로 감정에 접근하도록 유도합니다. 과도한 음악이나 클로즈업 없이 인물의 ‘침묵’이나 ‘행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정서는 일본 특유의 사적 공간 중시, 감정 노출에 대한 문화적 금기와 연결되어 있으며, 한 발 떨어져서 ‘응시’하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결론: 다르지만, 결국 인간을 말하다
한국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해법’을 추구한다면, 일본 다큐멘터리는 ‘조용한 관찰’을 통해서 공존과 이해를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강한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다른 하나는 내밀한 감정을 조명합니다. 제작 방식도, 정서적 접근도 다르지만 결국 두 나라의 다큐멘터리는 모두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의 시선이 우리를 각성시킨다면, 일본의 시선은 우리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당신은 어떤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