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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베니스 수상했지만 못 들어본 작품

by story5695 2025. 4. 17.

숨은 명작 영화 사진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이름만으로도 영화광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들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흥행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 깊이와 연출, 메시지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작품들. 바로 이런 영화들이 ‘숨겨진 수상작’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때로는 조용히 당신의 인생영화가 되기도 하죠.

이번 글에서는 “칸·베니스 수상했지만 많이 안 알려진 영화”들을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1. 《스틸 라이프》(Still Life, 2006, 중국) – 제63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줄거리: 중국 산샤댐 건설로 수몰되는 도시 펑제. 그곳에서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돌아온 한 남자, 그리고 남편을 찾는 한 여자의 교차 이야기.

이 영화는 ‘장예모’나 ‘첸카이거’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진 감독이 만든 것은 아닙니다. 지아 장커라는 이름조차 낯설 수 있죠.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 사회의 해체, 인간의 실존, 그리고 침묵 속의 감정 그 자체입니다.

기계음, 먼지 낀 하늘, 철거되는 집들 사이로 한 사람의 기억과 시간이 조용히 흘러갑니다. 그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도 이 영화는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꿋꿋이 남아 있는 것들’을 보여주죠.

“영화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보는 것 같았다.” –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2. 《더 라이더》(The Rider, 2017, 미국) –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수상

줄거리: 로데오 사고로 더 이상 말을 탈 수 없게 된 청년 브래디. 그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길을 찾는 여정을 그립니다.

이 영화는 실제 로데오 선수인 브래디 잰드로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합니다. 모든 배우들이 비배우, 실제 인물.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아닌, 삶 자체를 보는 듯한 리얼함이 있죠.

관객들은 그저 그를 따라갈 뿐인데, 어느 순간 그의 침묵이, 눈빛이,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이 엄청난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인생의 전환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너무도 아프게, 그러나 조용하게 마음에 박힙니다.

3. 《보더》(Border, 2018, 스웨덴) – 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줄거리: 인간과는 다른 감각을 지닌 여성 세관원이 자신과 닮은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뒤흔들게 되는 이야기.

처음에는 약간 기괴하게 보입니다. 외모부터 현실에서 벗어난 느낌.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닙니다. 성별, 외모, 본능, 사회적 위치에 대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죠.

특히 중반 이후 드러나는 설정은 충격적이고, 그걸 통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단 한 편으로 당신의 정체성에 대한 기준을 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영화.

4. 《더 트레처리어스》(The Traitor, 2019, 이탈리아) – 칸 경쟁 부문 초청 + 이탈리아 영화제 다수 수상

줄거리: 시칠리아 마피아의 최고 보스 중에 한 명이 검찰의 증인이 되며 마피아 조직을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키는 이야기.

이탈리아에서는 수많은 상을 휩쓸었지만 영어권 외 지역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범죄와 법정, 인간 관계의 얽힘을 정치극 수준으로 밀도 있게 쌓아 올립니다. 그리고 마피아의 로망이 아닌, 배신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깊이 들여다보죠.

‘대부’를 좋아했다면, 이 영화는 다음 챕터처럼 느껴질 겁니다.

5. 《아버지를 위한 노래》(The Whistlers, 2019, 루마니아) – 칸 경쟁 부문 초청 + 루마니아 최우수작품상

줄거리: 부패 경찰이 스페인령 고메라 섬의 ‘휘파람 언어’를 배우며 범죄자와 검찰 사이에서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는 이야기.

코믹하면서도 스릴 있고, 스파이 영화의 클리셰를 엎고 언어, 코드, 침묵으로 구성된 아주 독특한 영화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현실에 존재하는 언어 시스템(휘파람 언어)을 기반으로 정보와 인간관계의 ‘소통 방식’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

유럽 예술영화 특유의 유머와 미스터리가 잘 어우러진 숨은 보석

결론: 영화제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칸과 베니스가 작품을 선택하고 상을 준다는 것은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영화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오늘 소개한 영화들은 아직 한국 관객들에게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영화 그 자체로, 그리고 당신의 감정을 흔드는 방식으로 충분히 인생영화가 될 자격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지금, 당신의 취향을 넓혀줄 ‘잘 알려지지 않은 수상작’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