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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조차 이해되는 스토리

by story5695 2025. 5. 4.

 

숨은 명작 영화 사진

“악역조차 이해되는 스토리”는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는 이야기입니다. 전통적인 영화 속에 ‘악당’은 대개 절대적인 악의 상징으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영화는 더욱 복잡하고 현실적인 인간 군상을 그리게 되었고, 악역 또한 단순한 악의 화신이 아닌, 어떤 이유와 상처를 가진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지 나쁜 짓을 해서 악역이 된 인물이 아니라, 그 이면에 설득력 있는 서사와 감정이 담겨 있어서 관객들이 이해하거나 동정하게 되는, 입체적인 악역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선함’이 얼마나 단순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1. 조커 (Joker, 2019)

아서 플렉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성은 정신질환을 앓으며 빈곤과 차별, 외면 속에서 살아갑니다. 코미디언이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결국 그는 점점 조커로 변해갑니다. 이 영화는 조커를 ‘악의 아이콘’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로 그립니다.

조커는 범죄자이지만, 그가 처한 현실과 무너져가는 내면을 이해하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들은 그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지 못합니다. ‘무조건적인 공감’이 아닌, ‘불편한 이해’가 가능한 인물. 그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악역의 진화입니다.

2. 블랙 팬서 – 킬몽거 (Black Panther, 2018)

마블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악역 중에 하나인 킬몽거. 그는 와칸다 왕국의 정당한 혈통이었지만, 과거의 버림받은 기억과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분노로 복수심을 키워왔습니다. 그의 방식은 폭력적이지만, 주장하는 바는 정당성과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킬몽거는 단순히 권력을 원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억압받는 이들을 대변하고자 했고, 그 동기에는 ‘정의’라는 복잡한 감정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남긴 대사, “죽기보다 속박당하느니, 바다에 몸을 던진 조상들과 함께하겠다”는 말은 관객들의 심장을 찌릅니다.

3. 그렐렌델왈드 –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해리포터 세계관 속 ‘최악의 마법사’라 불리는 그렐렌델왈드. 그는 마법사 중심의 세계를 꿈꾸며, 인간과 머글 사이의 분리를 주장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독재자처럼 보이지만, 그의 주장은 현실의 불평등 구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렐렌델왈드는 상대를 설득하려 하고, 때론 관용을 베풀며, 자신의 논리로 세상을 변화시키려 합니다. 그는 단순한 파괴가 아닌, 이상을 지닌 위험한 철학자입니다. 그의 서사는 관객들이 ‘맞는 말인데...’라는 복잡한 감정을 품게 만듭니다.

4. 올드보이 – 이우진 (Oldboy, 2003)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속 악역 이우진은 복수를 위해서 모든 것을 계산하고 설계한 인물입니다. 그의 복수는 극단적이고 끔찍하지만, 그 동기를 알게 된 순간 관객들은 충격과 함께 한 인간의 깊은 상처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우진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입니다. 그의 분노와 집착은 도를 넘었지만, 동시에 잊히고 무시당했던 ‘고통의 기억’을 되살립니다. 그의 악행은 용서받을 수 없지만, 무조건적인 악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5. 라라랜드 – 세바스찬과 미아의 어긋난 선택

조금 다르게 접근하면,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이나 미아도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이기적인 악역'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하지만 각자의 꿈을 위해서 결국 함께하지 못합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 선택으로 인해 결국 엇갈립니다.

이 영화는 명확한 악인이 없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인물들의 선택 앞에서 아쉬움과 공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이것이야말로 ‘현실적인 충돌’과 ‘인간적인 서사’가 만들어낸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결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용서와 다르다

악역조차 이해된다는 것은 단지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의 ‘동기’를 보게 되고,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맥락을 함께 짚는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영화는 단순히 '누가 나쁘다'가 아닌,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질문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선함과 이기심, 상처와 분노가 동시에 존재하듯, 진짜 좋은 영화는 악역조차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영화 속 세계를 넘어서 현실의 사람들과도 조금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