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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건져낸 시적 영화들

by story5695 2025. 4. 25.

아프리카 영화는 흔히 사회적 메시지를 담지만, 그 전달 방식은 매우 시적이고 은유적이며, 이미지 중심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프리카 영화 중에 시처럼 아름답고 감성적인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줄거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감각과 여운을 따라가는 영화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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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 투 마마》(Yeelen, 1987) – 말리

시적 포인트: 빛과 어둠, 아버지와 아들의 신화적 대립

1980년대 말리의 대지에서 펼쳐지는 전통과 예언, 자연과 마법이 뒤섞인 영적 서사.

대사보다 침묵이 많고, 사건보다 풍경이 중심이 되는 아프리카 영화의 시적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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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투쿠루》(Touki Bouki, 1973) – 세네갈

시적 포인트: 떠나고 싶은 젊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

세네갈 누벨바그의 대표작. 모터사이클을 타고 파리로 떠나고 싶어 하는 두 청춘의 몽환적 여정.

몽타주와 음악의 실험이 강하지만, 그 속에는 삶의 허무함, 꿈의 환상성이 아주 시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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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텀벙게와 하이너》(Timbuktu, 2014) – 모리타니/프랑스

시적 포인트: 극단주의 아래에서도 이어지는 삶의 조용한 존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지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영화는 폭력보다 일상, 침묵, 기도를 보여줍니다.

풍경처럼 조용한 슬픔과 시처럼 뻗어가는 저항. 정치적 영화면서도 철저히 시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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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주아》(This Is Not a Burial, It's a Resurrection, 2019) – 레소토

시적 포인트: 한 노인의 죽음이 시작되는 이야기, 그러나 그것은 ‘부활’

레소토 최초의 오스카 출품작이자, 현대와 전통, 죽음과 재생의 시적 충돌이 그려진 걸작.

느리고, 정적이고, 프레임 하나하나가 미술작품 같아요. 대사보다 눈빛, 사건보다 존재의 기운이 시처럼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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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 셰퍼드》(The Shepherd, 2018) – 나이지리아

시적 포인트: 도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이 마주한 전통과 가족

갈등은 있지만, 그걸 폭발시키기보다는 풍경, 몸짓, 노래, 정적으로 감정을 풀어내는 전개.

전통적 리듬이 살아 있고, 영화 전체가 하나의 민속시처럼 구성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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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 프렌치 우먼》(A French Woman, 2019) – 남아공 제작 / 프랑스어권 배경

시적 포인트: 프랑스에서 온 여성이 남아공 소도시에서 만난 삶과 감정

언어, 문화, 공간의 단절을 조용히 관찰하는 카메라. 사랑도 관계도 큰 사건은 없지만, 그 미세한 감정의 떨림이 시로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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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더 리버 포스트》(The River Post, 2020) – 에티오피아

시적 포인트: 한 개울가 마을에서 세 남녀가 주고받는 시선과 감정

풍경과 침묵 중심의 전개. 빛, 안개, 물결, 그리고 침묵 속의 감정선이 매우 미니멀하면서도 시적으로 전달됩니다.

실제로 현대 에티오피아 시인들의 문장을 일부 인용한 내레이션도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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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와디의 딸》(The Daughter of Wadi, 2017) – 수단

시적 포인트: 고대 신화와 현대 여성의 자아 찾기가 교차하는 시적 내면극

여성 중심의 영화지만, 페미니즘 선언이 아니라 감성적, 영적인 탐색을 시적으로 풀어낸 작품.

카메라는 마치 시인의 눈처럼 느리게 움직이며, 주인공의 내면을 물처럼 따라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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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더 트레블링 송》(The Traveling Song, 2015) – 베냉/토고 합작

시적 포인트: 하나의 옛 노래가 마을과 사람을 이어주는 구조

내러티브보다는 리듬, 사건보다 소리의 이동이 중심이 되는 영화. 타악기, 대지의 진동, 노래 소리 — 이 모든 것이 감정이 되는 시적인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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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블랙 썬셋》(Black Sunset, 2016) – 우간다

시적 포인트: 문명이 사라진 듯한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기억과 환영

이 영화는 거의 줄거리 없이, 한 여자의 기억과 고통을 이미지로만 보여줍니다.

몽환적인 색감, 음악, 반복되는 꿈의 장면들이 시 한 편처럼 상징적이고 정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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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아프리카 영화의 시성은 단어가 아닌 ‘느낌’에서 온다

이 영화들은 대사가 많지 않고, 클리셰도 없고, 빠른 전개도 없지만, 대신 한 장면, 한 공기, 한 호흡이 오래 남습니다.

슬픔은 슬프다고 말하지 않고, 아름다움은 보여주지 않고, 그저 조용히 ‘느끼게’ 해주는 — 그게 바로 아프리카 영화의 시적 감성입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가장 시적인 아프리카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