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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덜 알려진 수작

by story5695 2025. 4. 13.

숨은 명작 영화 사진

봉준호 감독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고, 한국 영화사를 넘어 전 세계 영화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하지만 그가 거장으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실험과 독창적 시도가 존재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덜 알려진 수작’들을 소개합니다. 크게 흥행하진 않았지만, 봉준호 특유의 세계관, 철학,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들이죠.

1. 《플란다스의 개》(Barking Dogs Never Bite, 2000)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흥행은 미비했지만 지금 보면 정말 놀라운 작품입니다.

대학교수 임용을 앞둔 백수 남자와, 구청 계약직 여성의 시선이 교차하며 아파트 단지 내 강아지 실종 사건이 펼쳐집니다.

단순한 개 실종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감각’이 들어 있습니다. 📌 블랙코미디 📌 계급 구조 풍자 📌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 현실의 무기력함과 욕망

‘괴물’처럼 거대한 사건은 없지만, 작고 지저분한 현실의 축소판에서 우리는 인간의 이기심과 사회 구조를 발견하게 됩니다.

“개를 던졌는데 아무도 못 봤다고?” 그 상징 하나만으로도, 봉준호 감독은 이미 이 영화에서 ‘현실의 괴물은 일상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것이죠.

흥행 실패? 아닙니다. 지금 보면 ‘봉준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원형’입니다.

2. 《인플루엔자》(Influenza, 2004)

이 작품은 KOFIC(영진위) 지원으로 제작된 단 35분짜리 실험영화입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모든 장면을 ‘CCTV 카메라 시점’으로만 촬영했다는 것.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한 평범한 청년이 점점 범죄자로 변해가는 과정. 하지만 감정 표현 없이, 무감각한 거리감 속에서 이 모든 게 펼쳐집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감시’와 ‘사회적 무관심’, ‘폭력의 일상화’를 극도로 형식화된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관객은 감정 이입보다는 사회 시스템을 제3자처럼 관찰하게 되죠.

📌 정교하게 설계된 쇼트 📌 전혀 감정적이지 않은 화면 📌 시청자마저도 가해자처럼 느끼게 만드는 장치

《기생충》과 《옥자》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강렬하게 드러낸 대작들과 달리, 《인플루엔자》는 형식과 구조 그 자체로 봉준호의 철학을 말하는 실험적 명작입니다.

“무서운 것은 괴물이 아니라, CCTV 화면 너머 무관심한 인간들이다.”

3. 《도쿄! - Shaking Tokyo》(2008)

프랑스·일본·한국 합작 옴니버스 영화 《도쿄!》의 세 번째 에피소드.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이 파트는 정적인 분위기와 감성적 상징이 가득한 단편입니다.

10년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히키코모리 남자. 그가 어느 날, 피자 배달을 온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가 쓰러지는 순간 처음으로 ‘밖’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 이후 지진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모두 은둔하게 되는 세계. 이제는 그가 유일한 ‘밖에 있는 사람’이 됩니다.

이 작품은 액션도, 거대한 사건도 없습니다. 그러나 봉준호는 고립과 연결, 무관심과 감정의 회복을 조명, 프레이밍, 오브제(버튼, 책, 배달 상자) 등으로 풀어냅니다.

📌 화면의 구도가 극단적으로 대칭적 📌 집이라는 공간은 시종일관 정물화처럼 움직임 없음 📌 마지막 한 발자국이 지진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는 연출

이 영화 한 편만으로도 ‘봉준호는 공간을 감정으로 바꾸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합니다.

결론: 조명이 덜 비췄을 뿐, 이 작품들도 모두 ‘명작’입니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 역사에 남을 거대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플란다스의 개》에는 ‘봉준호의 출발점’이, 《인플루엔자》에는 ‘봉준호의 구조적 실험’이, 《Shaking Tokyo》에는 ‘봉준호의 정서적 결’이 담겨 있습니다.

덜 알려졌다고 해서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과 철학’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봐온 봉준호의 영화가 좋았다면, 이제 그의 숨은 보석들을 찾아 떠나보세요.